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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우리 모두의 고향(기고)
  • 작성부서|동진지사
  • 작성자|최춘호
  • 등록일|2023-06-14
  • 조회수|399
게재일 2023-06-14 관련사업 대외홍보
사이버 홍보 노출 여부 보도실적 등록 여부 등록

우연히 유튜브에서 고향 소식을 접했다. 타이틀은 “장수군 번암면 금천마을 돼지 잡은 날”이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향 사람들을 초청해서 한마음 마을축제를 벌이는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마을 사람들이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며 눈물짓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뜨거웠다. 50년 만에 고향을 찾아 가슴 벅차다는 이와 남편이 자란 마을을 보며 오랜 벗을 만난 듯 정겨운 마음이 든다는 서울 며느리. 이날 금천마을 사람들은 하루 종일 복사꽃 아래 연인들처럼 설렘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년을 목전에 두고 부쩍 생각이 많아진 나 역시 돌아 갈 고향이 있다.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 나름 직장인이며 성실한 가장 노릇에 만족하며 지내왔지만 퇴직이 가까울수록 고향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부럽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어디서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하고 있는 나와 달리, 고향 친구들은 일상의 단절 없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은 나이 들수록 오랜 세월 축척한 경험과 지식으로 고향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노장의 권위를 자랑까지 한다. 은퇴가 없는 삶, 고향에 뿌리내린 자의 특권이 바로 이거구나 싶다.

지난 201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1955~1963년 출생한 700여만 명, 전체 인구의 14,5%) 은퇴가 시작되었다. 젊은 날 산업 역군으로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온 이들 대다수는 은퇴 후 고향인 농촌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라는 충격적 예측이 나오고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마을공동체가 무너지는 이 시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귀향 귀촌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농촌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이미 정부에서는 20년 전부터 농촌중심지활성화 등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인구를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다양한 복지시설과 문화공간이 조성되고 귀촌 인구도 늘어나면서 농촌마을은 조금씩 변화와 활력이 생기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 농촌을 전망하면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보편화, 휴먼케어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미래 농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당연히 과학기술의 진보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며, 이 또한 우리 농촌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시대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귀농 귀촌을 꿈꾸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으므로, 은퇴를 앞둔 나는 마을주민과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에서 대안을 찾고 싶다.

우선 금천마을처럼 다른 지역에 사는 고향사람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고향의 범주를 넓히는 일이다.

고향을 떠난 2세들과 더불어 멀리 사는 일가친척은 비록 다른 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고향을 향한 마음은 다들 각별하다.

요즘은 70대 노인도 스마트폰 활용을 어려워하지 않으니 온라인 마을회관인 마을밴드를 만들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시콜콜한 일상과 이벤트를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알고 나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깊어지면 참여하게 되며,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하나가 된다.

앞서 마을 축제를 벌인 금천마을 주민은 대략 70여명, 이날 마을을 방문한 80여명을 합치면 이 마을에서 큰 일이 생길 때 희로애락을 함께 할 사람들은 마을 주민의 두 배가 된다.

가령 농산물이 생산되면 불완전한 유통망에 기대지 않고 이 연결망을 통해 농산물 직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기점으로 더 많은 직거래도 가능하다. 더구나 이 연결망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을 터,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는 119 못지않은 도움시스템도 작동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마을을 함께 지킬 동반자도 이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마을회관 옆 작은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아이들도 없는데 무슨 놀이터냐고, 한가한 소리 그만하라는 면박을 주기 전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 농촌에는 아이들이 없지만 도시에는 고향 어른들의 손자 손녀가 있다. 명절 때나 가족 행사 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러 오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부모의 고향에 올 때면 놀 장소나 놀이기구가 마땅치 않아 어두운 방에서 휴대폰이나 텔레비전을 친구삼아 지낸다.

마을회관이나 모정 옆 큰 느티나무에 그네를 매도 좋고 작은 미끄럼틀이 하나 있어도 좋다. 아니면 요즘은 잘 안 쓰는 손수레를 예쁘게 색칠하고 들꽃으로 장식해서 꽃수레를 만들어도 좋겠다.

아주 작은 수고로 만들어지는 아이들이 추억은 오랫동안 마음에 보석으로 박힐 것이다. 어쩌면 쉬는 날이면 할아버지 집에 가자고 졸라대면서 어린 아이의 고향이 새로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없다고, 젊은 사람들이 나간다고 안타까워하는 그 마음으로 동화 같은 마을을 만들며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

은퇴를 앞둔 나 역시 이미 장성한 조카로 인해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다. 그렇지만 수명이 늘어나 앞으로 살아온 날 만큼 더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더 이상 만년 청년으로는 살 수 없다.

세대마다 가진 역량은 다르다. 노인들의 지혜와 젊은이들의 총기가 만났을 때 세대가 이어지고 농촌의 생기가 돈다. 돌아오는 농촌은 그렇게 진화하고 선순환 되어야 소멸이라는 악귀를 막을 수 있다.

우리 은퇴를 앞둔 이들이여! 이제 고향인 농촌으로 돌아가 동산에 그네를 매고, 젊은이를 부르는 역할을 즐겁게 감당한다면 우리의 고향은 다시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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